2009년 9월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갔습니다. 처음에 농장에 갔다가.. 영어공부 좀 해야겠다 싶어서 번 돈을 가지고 캐언즈라는 소도시도 옮겼습니다.
어학원과 집을 정하기 전 백팩 (여행자 숙소)에 일단 짐을 풀었습니다.. 처음본 외국 여자애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더군요~ 시골에서 농장일만 하다가 온 제게는 신세계 였습니다. 그제서야 좀 외국에 온거 같더군요 ㅎㅎ
남녀실이따로 없어 좀 많이 신기해하며 나와서 밥먹고 바람 좀 쐬고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까 있던 여자애들이 나가고 없더군요.. 아까 이야기나 좀 더해볼껄 후회를 했습니다. 하룻밤을 지내고.. 다른 백팩은 어떨까 싶어 근처 백팩으로 옮겼습니다.
마침 그날이 12월 30일.. 한해의 마지막 날이었네요.. 이전에 유학원에서 만나 안면을 텄던 친구들과 맥주 한잔 간단하게하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남자 놈 몇몇이 숙소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침대에 누우려는데 흑인 한놈이 나에게 엄청 살갑게 굴며 나에게 그냥 잘꺼냐,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 이야기도 걸며 맥도날드 콜라컵에 박스와인을 한 가득 따라주며 마시라더군요.
원래 술이 약하지는 않아 원샷하고 잘려고 하니 옆에서 엄청 좋아하더군요 ㅎ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고 부어라 마셔라 하고 백팩에있던 모두 기분이 좋아져 다같이 클럽으로 갔습니다.
술이 머리끝까지 오르니 더이상 부끄럼쟁이 동양인은 없고 막 용기가 생기더군요 ㅎㅎ 신기했습니다 ㅎㅎ
놀다보니 어느새 같이갔던 백팩친구들이 모두 각자 놀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음악과 술에 취했고 기분이 매우 좋기 때문입니다. 마구 놀다보니 눈이 스르륵 감기려 하고 시계는 2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 이제 돌아가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은 찰나..
저 멀리서 할 줄기 빛이 보입니다. 어제 백팩에서 잠시 스쳤던 여자애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저벅저벅 쓰레빠를 끌고 갔습니다. 가서 인사도하고 전에 작별인사 못해서 좀 슬펐다고.. 술의 힘을 빌려 대화를 이끌어 갔습니다..
농장에서 틈틈히 영어공부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 이었네요. 그러다 한 서양남자가 처자 무리중 한명에게 다가갑니다. 나는 남겨진 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제가 찍은 처자와 마주보고 춤을 췄웠습니다. 바로 반대편에 처자 친구와 서양남자가 춤을 추고 있었구요. 처자끼리 등을 마주하고 있고, 나와 서양놈은 서로를 바라보는 상황이 되었네요..
나는 상대 남자에게 턱을 들어 출구로 천천히 움직입니다. 빨리 데리고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ㅎㅎ 마침 그친구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게.. 그쪽 커플이 나가고..
난 여자애와 좀 더 대화를 나누다 클럽을 나와 백팩으로 이동합니다. 다행히 처자는 폴란드에서 왔고 영어가 나랑 비슷했습니다. 클럽에서 들었던 노래를 변경한 시덥잖은 농담과 별말도 아닌 말에 꺄르륵 웃어주더군요.
모텔도 없고.. 있다해도 못찾겠고.. 하지만 외국을 나오니 주변 눈치 볼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백팩을 같이 갔습니다 ㄷㄷㄷ
그땐 미쳤었는지.. 나는 영화와 같이 다인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과감히 내 침대로 그녀를 데리고 갔습니다. 다행히 방이 텅비어있었습니다. 나는 이정도면 역사를 쓸 수 있겠다 생각하고 그녀와 침대에 같이 누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날 쉽사리 허락해 주지 않았습니다.
둘이 쪼물딱 쪼물딱 거리기를 십여분.. 그녀가 큰 결심을 한 듯 내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백팩 내부를 여기저기 뒤지더니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그곳은 공동 샤워실.. 우리는 문을 걸어 잠그고 누가 뭐랄거도 없이 서로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고, 아름다운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거사를 치르고 나는 그녀에게 함께 있기를 권했지만 그녀는 가봐야한다며 떠날 채비를 하였습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숙소가 있었고 난 그곳까지 그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녀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고 난 무사히 백팩으로 돌아와 1월1일의 새해를 맞으며 그때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내 나이가 34살이 되었고, 사회생활에 지치고 힘들때면 호주에서 보냈던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학원 다니면서 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좋은 추억이 많았는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