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미녀 3인방의 'K 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지역에서는 이른바 ‘한류’ 바람이 불었다. 일본과 중국, 필리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한류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행을 택한 외국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머니S>는 한국에 거주하는 세명의 외국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한 세 사람이 한국에 온 계기는 모두 한류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나라별로 한류의 확산과정은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한류가 이들에게 미친 영향과 이들이 전망하는 한류의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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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리에 오오쿠보

◆리에 오오쿠보(일본)
-웹(홈페이지) 퍼블리셔(육아휴직 중).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한국에 체류하다가 한국회사에 취업.
-201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
-보아가 좋아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됨. 

리에 오오쿠보씨는 기자에게 자신은 ‘한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가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게 된 계기는 한국가수 보아였다.

“처음엔 보아가 한국가수인지 몰랐어요. 그냥 노래 잘하고 춤 잘추고 예쁘기까지 해서 좋아하기 시작했죠. 알고 보니 한국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는 최초로 일본에 진출했던 보아 등 한국가수의 전략을 감안하면 자연스런 일이다. 한류라는 타이틀이 전무하던 시절 이들은 일본 가요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전략’을 통해 이름을 각인시켰다.

리에씨는 학창시절 보아를 많이 좋아했던 것 외에는 드라마나 K-팝 등 인기를 끈 한류문화를 즐기지 않았다. 주변에 한류를 좋아하는 친구가 많았지만 이보다는 다른 것들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데에는 분명히 어린시절 좋아했던 보아의 영향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아에게 관심이 많아졌고 한국 음반도 찾아 들으면서 한국어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특히 일본에 없는 발음이 많아 귀엽게 들리곤 해서 더욱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죠.”

한국어 공부를 시작으로 그는 수차례 한국행 티켓을 끊었고 한국음식과 사람에게도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설렁탕, 돼지고기 수육, 닭백숙 등 오래 끓여 만든 한국음식도 즐겨먹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K-팝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의 친구들이 한국을 종종 찾았다. 리에씨는 친구가 한국을 방문하면  <난타>나 <사물놀이> 등의 공연을 추천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잘 알지 못해도 리듬 자체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 이들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는 추세다. 리에씨는 “(친구들이) 딱히 다른 것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자기 가족을 돌보는 일에 바빠진 것 같다”고 말한다.

리에씨는 한국에 거주하면서 최근 가장 인상깊은 문화로 ‘산후조리원’을 꼽았다. 현재도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자주 만남을 갖는다. 리에씨는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만나 육아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서 좋다”며 “결국은 사람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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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윤신 기자

◆크리스틴 몬다레스(필리핀)
-1994년생.
-이화여대 국제학과 재학.
-2011년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KGSP)으로 한국 유학.
-한국 콘텐츠제작회사에서 인턴 경험(해외 리서치 업무수행)

앳된 얼굴의 크리스틴은 필리핀에서 드라마 <풀하우스>를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한국유학을 결심했다. 한국드라마는 인기 TV채널인 GMA를 통해 처음 접했다. GMA는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등을 가장 많이 방영하는 TV채널이다.

크리스틴은 한국 드라마가 필리핀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이유로 ‘신선함’을 꼽았다. 오랜 기간 스페인 식민지 시대를 거친 필리핀의 경우 한류 붐이 일기 전까지 멕시코 드라마가 많이 방영됐다.

“멕시코 드라마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지치는데 한국 드라마는 보고 나면 오히려 활력이 생겼어요.”

멕시코 드라마의 경우 과장된 감정표현 등이 특징인데 한국 드라마는 이런 과잉된 감정이 없고 가벼운 내용을 많이 다뤄 필리핀 사람들이 신선함을 느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대부분 60부작을 넘어서는 멕시코 드라마에 비해 20부작으로 구성된 한국 드라마는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 앞서 <꽃보다 남자> 등 대만 드라마가 잠시 인기를 끌었지만 <겨울연가>와 <풀하우스> 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열풍은 최근 더 확장됐다. 인터넷의 발달로 필리핀에서도 더욱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 방영되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다음날이면 인터넷을 통해 자막이 유통된다.

한국 가수의 인기도 여전하단다. 특히 어린시절 필리핀에서 가수활동을 시작한 그룹 2NE1의 멤버 산다라박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애착은 남다르다. 크리스틴도 연신 ‘다라’ 라고 부르며 애정을 보였다.

그는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KGSP)으로 선발돼 한국에 왔다. 1년간 어학을 공부하고 현재 이화여대 국제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필리핀 내 한류 열풍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부는 필리핀에서 한류 콘텐츠를 보급하고 나와같이 유학의 길을 열어주는 등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 필리핀 내에서 한류를 대체할 수 있는 문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한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다면 최소한 5년 이상은 지속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졸업 후 한국에서의 취업에 대해서는 망설인다. 권위적인 문화 등 드라마에서는 비치지 않았던 한국의 부정적인 모습을 체감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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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윤신 기자

▲은동령(중국)
-1984년생. 계명대 졸업 후 롯데호텔 재직 중. <미녀들의 수다> 출연
-한류 1세대, NRG를 통해 한류를 처음 접한 뒤 HOT의 팬이 됨.
-2005년 한국으로 유학와 계명대 관광학과 졸업.
-<미녀들의 수다> 등 TV프로그램 출연.
-롯데호텔 객실판촉 부서 근무 중.


그는 중국 내 한류 1세대를 자처한다. 그가 처음 한류를 접한 것은 후난티비에서 나온 NRG를 보고서다. 그 이후 한류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다가 HOT를 알게 돼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을 때 HOT의 멤버 장우혁의 대단한 팬이었음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 속 중국에서 한국문화는 패션처럼 번져나갔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과 K-팝 스타들의 옷차림 등이 당시 중국인에게 멋져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현재 중국 내 한류 열풍은 자신이 중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크고 깊어졌으며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HOT를 좋아하던 시절만 해도 한국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일부에 불과했지만 동방신기 진출 이후 한류는 완전히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중국에 있는 은씨의 친구들은 기존의 SM이나 JYP 등 대형기획사 소속의 아이돌 그룹을 넘어서 하정우나 이정재 등 연기파 배우들에게 빠져들었다.

은씨의 친구들 역시 자주 한국을 방문한다. 웬만한 관광지는 가볼 만큼 가봤고 방문의 목적은 대부분 ‘쇼핑’이다. 화장품을 사기 위해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친구가 있을 정도다.

한국의 패션 트렌드에 대해서는 오히려 중국의 친구들이 은씨보다 더 민감하다. 이른바 ‘전지현 코트’, ‘송혜교 시계’ 등은 중국에 있는 친구들이 먼저 알고 물어보는 게 일상이 됐다.

하지만 은씨는 한류문화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중국에서 한류가 너무 커지면 정부의 제재가 강화될 것이고 일각에서는 반한감정이 점차 생겨나고 있어서다.

또 한류가 엔터테인먼트산업과 뷰티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점도 우려한다. 연예인에 대한 열풍이 사그라들었을 때 한국을 찾을 만한 다른 이유가 부재하다는 것. 관광학과를 나와 호텔 객실판촉팀에 근무 중인 그는 한국관광에 다른 알릴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제 현장을 둘러봤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사람조차 참여하지 않는 문화축제에 어떻게 외국인이 빠져들겠냐”는 지적이다.

그는 단순히 외국인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문화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문화요소를 만들어가는 게 ‘신한류’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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