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구덩이서 수천명 즉결처형… IS의 킬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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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이라크 민병대원 너머로 모술 남부 아스바 사막지대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거대한 구덩이 ‘카스파’가 보인다. 이슬람국가(IS)는 이곳을 학살 및 시신 처리 장소로 활용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반인륜적 만행의 끝은 어디일까. IS가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도시 모술에 대한 점령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극단주의자들이 지배하던 모술에서 자행된 처참한 집단학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경악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장 르포를 통해 모술 남부 아스바 사막지대에 위치한 ‘카스파’(khasfa·아랍어로 싱크홀을 의미)에서 벌어진 비극적 학살을 보도하며 IS 점령지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된 잔학한 반인륜 범죄를 고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곳엔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름 30m 크기의 커다란 구덩이가 있는데 한때 현지 관광명소였던 이 구덩이는 IS가 모술을 점령한 2년6개월 동안 악명 높은 즉결처형장으로 변해버렸다.

현지 주민들은 모술이 IS에 함락된 지 한 달 이후부터 이곳에서 처형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는데, 카스파에서 10여건의 처형을 목격했다는 자심 오마르는 WP에 모술 바두쉬 교도소의 재소자 25명이 첫 번째 희생자였다고 기억했다. 오마르는 “모술에서 누군가를 겁주고 싶다면 카스파 이야기를 하면 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후 IS는 이라크 정부에 협조했다거나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혐의를 씌워 현지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끌고 와 줄 세워 총살한 뒤 시신을 발로 차 구덩이에 밀어 넣었고 심지어 산 채로 구덩이에 던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파는 다른 지역에서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시신을 버리는 용도로도 사용됐다. 구덩이 인근에서 5개월간 일했다는 현지인 무타나 아흐메드는 “그 구덩이가 수천명을 집어삼켰다”면서 “매우 깊고 어두운 구덩이는 끔찍했다”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구덩이 둘레에 희생자들의 신발이 나뒹굴고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면서 부패한 시신들도 봤다고 술회했다. 이후 시체가 부패하면서 나는 악취가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퍼지자 IS는 2015년 이 구덩이 일부를 메워버렸다.

이라크 당국은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이 구덩이에 수천명이 매장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술 지방의회 의원 후삼 알 아바르는 실종자 명단과 구덩이 크기 등을 종합해볼 때 3000∼5000구의 시신이 구덩이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발굴과 수습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에서 IS의 무차별 학살로 생겨난 집단무덤 72개가 발견됐으며 이곳에 묻힌 희생자 수는 1만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발견된 곳은 그나마 일부분일 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대량 학살의 현장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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